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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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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소통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김금희(정답 및 해설 포함)

김금희 장편소설 「복자에게」 중에서

by 김금희 / 2021.01.13

 

 

인문깜짝퀴즈 문학, 철학, 역사학 등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국내 인문학 전문가들이 일반 시민, 독자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인문 도서 내용을 토대로 출제합니다. 퀴즈는  객관식 1문항, 주관식 1문항으로 이루어집니다. ‘깜짝’ 퀴즈답게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 등 각종 고시에 출제될 법한 정형화된 문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퀴즈를 선보입니다. 특히 객관식 퀴즈는 질문과 보기, 결정적 힌트만 찬찬히 읽어보면 미처 책을 읽지 못한 사람도 답이 훤히 보여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풀 수 있도록 설계된 ‘응답자 맞춤형’ 인문 퀴즈입니다. 매회 출제마다 출제자가 직접 응답자 세 명을 선정, 소개된 책과 소정의 사례품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김금희 장편소설 「복자에게」 중에서


ㅇ 제 출 자 : 소설가 김금희

ㅇ 응모기간 : 2020년 12월 7일(월) ~ 2021년 1월 8일(금)

ㅇ 응모방법 : 본문 댓글 참여

ㅇ 당첨자 발표 : 2021년 1월 13일(수) 예정

ㅇ 작품출처 : 「복자에게」 (문학동네. 2020)



 


김금희 복자에게 책 표지


 

1. 장편소설은 쓰고 난 뒤에 많은 변화들을 남기는 듯하다. 쓰는 과정과 그 후에 모든 것들이 작가의 삶을 뒤흔든다는 느낌. <복자에게>를 출간하고 계절이 바뀐 지금, 나는 아직 혼란 속에 머무는 중이다. 때로는 그 작업을 했다는 데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을 두고 고심하기도 한다. 불쑥불쑥 인물들이 생각나 혼자서 대화를 나누어보기도 하고 작업 과정의 노동의 강도가 연상돼 피로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는 데는 새 작업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지금 내가 무언가를 완성했더라도 작업의 여정은 또다시 시작이라는 점, 계속해서 백지가 놓인다는 점. 그것이 쓰는 나를 지치게도 하고 위로하기도 한다. 어려움과 고통도 쓰는 데서 오지만 그것을 넘기는 데도 쓰는 것만이 필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복자에게>를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그리움이 아닐까. 작업을 하는 동안 상상도 하지 못한 팬데믹이 닥쳤고 나는 쓰는 내내 아주 많은 관계들을 그리워했다. 특히 한동안 못 가본 제주가 그랬다.


<복자에게>는 내가 제주의 한 부속섬에 머물면서 구상하고 취재한 작품인데 쓰는 과정에서는 제주를 가보지 못했다. 팬데믹의 상황에서 그곳을 찾기가 어렵기도 했지만 뭐랄까, 그건 망설여지는 일이기도 했다. 지금 내가 상상하고 떠올리고 감정을 증폭시켜 그리고 있는 세계와, 또다시 맞닥뜨려 새롭게 내 감각을 자극할 현실의 세계 간의 혹시 모를 격차를 우려했달까.


쓰는 동안 작가는 여러 번 회의하고 여러 번 의심한다. 어떤 멋진 장면을 그리고 나면 자부심이 잠시(!) 일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것은 하루를 넘지 못하고 또다시 부족감을 느끼며 깊이 자책한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불안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문장을 채워나가는 동안 작가를 돕는 건 실제의 무엇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마음과 기억을 완전히 채우고 있는 그 ‘무언가’를 향한 열망이다. 지금은 상상 속에서 나만 바라보고 있지만 그것을 옮겨내기 위해 힘쓴다면 얼마든지 세상으로 나와 존재할 그것. <복자에게>를 읽어준 독자분들이 느낄 감정과 생각과 각자가 떠올릴 각자의 제주와 거기에 얽혀 있을 숱한 사연들 같은, 작품이 해낼 수 있는 가장 근사한 만남. 


작품 속 고고리섬은 가상의 섬으로, 제주어로 이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취재의 배경이 된 섬이 있었기 때문인지 쓰는 동안 구석구석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고, 이따금 독자들이 정말 있는 섬이라고 생각했다고 가보고 싶다고 말해주면 지금도 마음이 환해진다. 그 고고리섬을 설명하는 것으로도 <복자에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고모는 내가 말을 하든 안 하든 내버려두었다. 대정항에 도착해 섬으로 들어가는 삼랑호를 기다릴 때에야 “고고리에서 배 운전 제일 못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니?” 하고 말을 걸었다. 섬으로 들어가는 여객선 자체를 처음 타보는데 배 운전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나는 선착장 사람들이 들고 있는 무겁게 장을 본 짐들을 보며, 그것이 암시하는 생활의 불편과 고립감에 이미 기분이 걷잡을 수 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삼랑호 선장이래. 파도도 못 넘고 자빠진다고 그래.”

“뭐지, 근데 왜 여객선 선장을 시켜요?”

그러자 고모는 하하하하하 웃고는 그냥 주민들이 하는 농담이라고 했다. 하나도 안 웃긴다고 솔직히 말하자 고모는 “그렇지?”라며 선선히 동의했다.

“그만큼 고고리섬 사람들한테 자부가 있다는 말을 하는 거야. 삼랑호 선장은 제주 본섬 출신이거든. 너가 여기 오기 싫었다는 거 잘 안다. 아예 얼굴에 쓰여 있어, 엑스라고, 진짜 아니라고. 근데 이제 들어가면 섬에서는 그러면 안 돼.”(본문 9~10쪽)

 


도시에 늘 살아온 내게 비행기와 버스 그리고 배까지 타고 들어가야 하는 그 섬은 여러 모로 내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섬 안에는 당연히 작은 매점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도 배가 끊기면 문을 닫았다. 그래서 섬 사람들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 제주 본섬으로 나온다. 하지만 나오지 않고도 물건을 주문할 수는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는 알았다. 본섬의 대형슈퍼마켓에 주문하면 담당자가 선착장으로 물건을 싣고 와 여객선에 태워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면 섬의 선착장에 주민이 나와 기다렸다가 물건을 찾아갔다. 물론 서로 오랫동안 거래하고 그만큼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야, 너,” 

생각에 잠겨 터덜터덜 걷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용인대 호랑이 체육관’이라고 적힌 추리닝을 입은 여자애였다.“

너 보건소 의사 선생님네로 이사온 애지?” 

말하는 모양으로 봐서는 나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첫 만남에 말을 놓아도 되나. 이게 이 섬 어린이들의 예법인가. 나는 기분이 상해서 못 들은 척 발을 끌면서 계속 걸었다. 걔는 내가 대화를 거절하는데도 개의치 않고 아예 따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러다 매점까지 같이 가면 없는 돈을 털어 아이스크림을 사줘야 하나, 걱정부터 들었다.

그렇게 동행 아닌 동행이 이어지는 동안 그 애는 끔찍이도 말이 많았다. 어디서 났는지 짧은 밧줄을 손가락 사이에 꼈다 뺐다 하면서 야 너 이거 아냐? 이거 에델바이스다, 야 너 이거 아냐? 저 새 가마우지다, 야 너 이거 아냐? 이거 고넹이돌인데 여기 올라가면 태풍 온다, 야 너 이거 아냐? 하며 잘난 척을 했다. 나는 그렇게 연속되는 그것을 아는지의 여부와, 내 반응과 상관없이 연이어 제공되는 섬의 정보들에 슬슬 지쳐갔다. 그 말을 끊기 위해서라도 하는 수 없이 너도 서울에서 전학 왔니? 하고 말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걔는 그것이 자기 말씨 때문인 걸 알고는 “야 난 공부한 거다. 여기가 고향이야”라고 약간 젠체하며 말했다.(본문 18~19쪽)

 


섬은 물살이 세서 배가 자주 끊겼다. 그러면 고립,이 생겨났다. 그것을 고립이라고 느끼는 것은 아마 내가 건너간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높은 파도에 대해 주민들은 자부를 넣어 설명해주곤 했다. 그래서 어장이 풍부하고 그래서 섬의 고기맛이 본섬 제주의 어느 것보다도 좋다고. 아무에게나 곁을 내주지 않는 바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바다, 그래서 주민들이 들어와 사는 자족의 기능을 여태껏 유지할 수 있었던 섬. 섬의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고 이야기가 있었다. 바위에도, 해안에도, 제를 지내는 할망당에도. <복자에게>에는 그런 섬의 고유함 속에서 살았던 나의 계절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에 서툴렀던 계절이 들어있다.



▶객관식퀴즈◀

위에 인용된 <복자에게>에 등장하는 고고리섬에 대한 설명 가운데 틀린 것은?

(참고로 정답은 두 개입니다. 두 개 다 맞춰주셔야 합니다)


①제주 본섬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②에델바이스가 지천에 피어 있는 섬이다.

③고고리섬에는 보건소가 있다.

④고고리섬은 ‘꾀꼬리’라는 뜻의 제주어다.

⑤주민들은 섬 내의 수협공판장에서 생필품을 산다.

*결정적힌트 : 소설에는 청보리밭이 등장하고 이것을 이용한 아이스크림도 팝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본섬을 오가는 주민들이 많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