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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향수를 통한 카타르시스

언론에서는 해마다 시대의 어려움이 있을 때나 사회현상을 이야기할 때, 전 국민을 대상으로 ‘그때 그 시절’이나 공감할 만한 추억 등 복고 콘텐츠로 유행을 선도한다.

진종훈

2017-10-24

아련한 향수를 통한 카타르시스


언론에서는 해마다 시대의 어려움이 있을 때나 사회현상을 이야기할 때, 전 국민을 대상으로 ‘그때 그 시절’이나 공감할 만한 추억 등 복고 콘텐츠로 유행을 선도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지만 같은 시대를 경험하고 공유한 결과로, 동질감과 친근함을 느끼고 결속해 이 시대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또한 ‘그때는 그랬지’ ‘그때가 좋았어’ 하며 자그마한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러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도록 70~80년대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우리 사회의 문화들을 통해 아련한 시간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7080세대의 추억


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들은 오전반과 오후반이 있어 오후에 등교하는 즐거움을 맛본 세대이다. 학교가 끝나면 손에 흙을 묻히며 놀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져서 빨간 약을 바른 아이들을 볼 수 있었고, 그때 그 모습이 그 나이 때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학원을 몇 개씩 다니느라 바빠서 놀기는커녕 학원에 가서 학교 진도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학교 선생님보다는 학원 선생님을 더욱 친숙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됐다.

 

80년대 버스안내양의 모습

80년대 버스안내양의 모습


80년대 초반까지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안내양의 “오라이” 소리가 친숙하게 들리던 시절이었다. 그 많은 사람을 버스에 다 넣고(?) 출입문을 양쪽으로 잡아 사람들이 문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고 버스를 출발시키는 진풍경이 펼쳐지곤 했다. 그것뿐이던가. 손님들의 토큰과 회수권을 받고 잔돈을 거슬러 주는 등 1인 2~3역을 하던 버스안내양은 이제 기억에만 남아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 초등학교와 달리 회수권이라는 것을 사용하게 되는데 10장에 천원으로 기억된다. 회수권에는 절단선이 있었지만 그것을 무시한 채 11장으로 정교하게 잘라 한 번 더 사용하는 얌체족들도 많았다. 어느새 안내양 누나들은 사라지고 요금통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운전하랴 손님들의 요금을 확인하랴 바쁜 기사 아저씨들을 속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버스 토큰

▲ 버스 토큰


당시 회사원들은 월급을 은행 계좌가 아닌 월급봉투로 탔는데, 월급날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아마 토큰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한 달 사용할 분량을 구입하면 넉넉하고 풍족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시대였다. 회수권과 토큰은 버스를 탈 때도 사용되었지만 지금의 교통카드보다 더 나아가 신용카드의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회수권과 토큰은 떡볶이 집에서도 받았으며, 문방구에서도 받고, 친구들과 하드(아이스크림)를 사 먹을 때도 사용되는 등 전천후로 사용되었다. 지금은 게임이라고도 할 수 없는 단순한 컴퓨터 게임에 신기해한 기억, 더 놀라운 것은 글자를 키보드로 쳐서 그것이 프린트되어 나오고 또한 플로피 디스크(Floppy Disk)를 가지고 이 컴퓨터 저 컴퓨터에서 내 파일을 불러올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때는 컴퓨터가 있는 친구 집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신기한 컴퓨터의 세계를 맛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시간에 천원만 있으면 최고의 그래픽 게임을 전 세계에 있는 친구들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이제는 정말 추억이 된 것 아닐까.


소니 사의 워크맨


카세트 테이프

소니 사의 워크맨 ©Thebiggestmac과 카세트 테이프


예나 지금이나 감수성이 많은 것은 중고등학생들이다. 지금의 중고생들은 스마트폰으로 내려받아 음악을 즐기지만, 감수성을 발현할 수 있는 그 당시 최고의 전자기기는 일본의 ‘워크맨’이었다. 허리띠에 착용하면 뛰어도 빠지지 않고 알루미늄으로 되어있어 튼튼하기까지 한 그것은 우리만의 음악 감상실이었다. 음질도 선명하고 스테레오 기능까지 완벽했으며 ‘Walkman’이라는 브랜드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되어 보이기에 충분했다. 또한, 새로운 음악이 나오면 지금은 음원을 구입하지만 우리는 음반이나 테이프를 구입하였고 그럴 능력이 되지 않으면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방송타이밍에 맞추어 녹음할 수 있는 기능까지 있었으니 단연 최고의 제품이었다. 여러 가수의 유명한 노래를 공테이프에 녹음하여 길거리 리어카에서 파는 일명 ‘길 보드’도 지금은 사라졌다. 그때는 길거리를 지날 때 가판대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음악을 듣게 해 준 불법 길 보드는 저작권법을 무시한 하나의 문화였다.

 

소독차를 따라가는 아이들


삐삐 무선호출기
소독차를 따라가는 아이들 / 출처. http//smixxlifestyle.wordpress.com


또한 지금은 아이들이 소독차 뒤를 쫓아다니지 않는다. 소독차가 무언지도 모르고 그럴 시간도 없다. 동네에서 아이들을 볼 수도 없고, 소독차가 아닌 아저씨가 그저 소독기를 매고 방역하며 다닌다. 그때는 소독차가 나타나면 재미있는 놀 거리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소독차의 하얀 연기가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아이들이 그 뒤를 쫓고 또 쫓았다. 동네 아이들은 소독차가 나타나면 다 만날 수 있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아직도 삐삐라는 무선호출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집 전화가 연락수단이던 시절, 밖에 있는 사람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는 ‘삐삐’라는 호출기를 사용해야만 했다. 삐삐를 받으면 궁금하기도 하고 친구의 연락일 수 있으니 연락을 해야 했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 다 공중전화에 줄을 서야 했다.


풍족한 기억이 주는 카타르시스


그 시대를 느끼지 못한 세대에게는 앞선 이야기들이 믿어지지 않고 엄청나게 불편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불편하다기보다는 오히려 감성적인 그때가 그립고 또 그렇게 살아왔다. 현재 많은 사람이 남들에 비해 가진 것이 적다고 생각하며 산다. 하지만 더 가진 것 없던 그때,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면 풍족한 그 시절의 기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다고 하지만 부족하다고 느끼는 지금 시대에, 우리가 소유에 있어서 유형보다 무형적인 것에 더 가치를 두어 생각한다면 그때 그 시절처럼 풍족한 기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러한 가치를 통해 갈수록 각박하고 힘든 현실에서 추억하며 위안을 받는 카타르시스의 기회로 삼는다면 우리는 기억을 통해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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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진종훈
진종훈

문화마케팅(경영학박사) 전문가이자 문화평론가. 현재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경영학부 교수이자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콘텐츠사업 부문 전문위원으로 있다. 문화로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방송 및 기고 활동을 통해 우리 시대의 문화 활용과 융합에 관해 연구한다. 저서로 『성공하는 문화마케팅을 위한 기업의 문화마케팅』 『축제와 이벤트』 『문화마케팅을 위한 패션쇼 기획과 지역문화축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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